벚꽃 아래, 그대와 함께 — 시애틀의 봄날 산책
4월의 시애틀, 워싱턴 대학교 Quad에는 수십 그루의 왕벚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웁니다.
그 해 봄, 우리는 처음으로 함께 그 길을 걸었습니다. 미국 생활 첫 해, 낯선 땅에서의 외로움이 아직 가시지 않았던 때였습니다. 분홍빛 꽃잎이 바람에 날리며 떨어지는 풍경 속에서, 그이가 말했습니다.
"이거 봐. 꽃잎이 눈처럼 내려."
그 말 한마디에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습니다. 우리가 함께라면, 이 낯선 곳도 살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.
벚꽃 개화 시기는 짧습니다. 보통 4월 첫째 주에서 둘째 주, 채 2주가 되지 않습니다. 매년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꼭 그 길을 걷습니다. 아이가 생기고, 아이가 제 발로 꽃길을 걷게 되었을 때도, 여전히 그 자리에서 꽃은 피었고 우리는 걸었습니다.
타국에서의 삶은 고단할 때가 많습니다. 언어의 장벽, 문화의 차이, 그리운 가족들. 하지만 해마다 봄이 오면, 꽃은 어김없이 피고, 그 아래를 함께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릅니다.
오늘도 Quad의 벚꽃 길을 걷는 누군가가 있을 겁니다. 처음 이 도시에 온 누군가, 혹은 오래 살았지만 여전히 그 길이 특별한 누군가. 그 봄날의 산책이, 당신에게도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.
— 벨뷰에서, 한 독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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